1. 이집트 무덤 벽에 그려진 빵
기원전 1500년경, 고대 이집트 테베의 한 무덤 벽에 그림이 새겨졌다. 한 여인이 거대한 도자기 항아리 앞에서 반죽을 주무르고, 그 옆에는 둥글게 부풀어 오른 빵 덩어리들이 놓여 있는 그림이었다. 현대 고고학자들은 이 그림을 인류 최초의 발효빵 기록으로 보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무덤에서 발견된 빵 부스러기를 분석한 결과 그 빵의 정체가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 빵은 우리가 오늘날 사워도우라 부르는 빵, 즉 시큼한 풍미가 살아 있는 자연 발효빵이었다. 3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류의 식탁에 자리 잡아온 이 빵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2. 우연이 만든 첫 발효빵
최초의 발효빵은 인간이 의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우연의 산물이었다. 고고학자들의 추측은 이렇다. 한 이집트 여인이 곡물 가루와 물을 섞어 둔 반죽을 깜빡 잊고 도자기 그릇에 그대로 놓아두었다. 다음 날 돌아와 보니 반죽이 두 배로 부풀어 올라 있었다. 버리기 아까웠던 그 여인은 그 반죽을 그대로 화덕에 넣어 구워 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평소 먹던 납작하고 딱딱한 빵과 달리, 속이 부드럽고 가벼우며 향까지 깊은 빵이 만들어졌다. 그날 한 사람의 작은 게으름이 인류의 식탁을 바꾸었다. 이 우연한 발효빵의 비밀은 약 3000년이 지난 19세기 후반에 와서야 미생물학의 발달과 함께 비로소 과학적으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3.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생물
사워도우의 진정한 비밀은 공기 중에 있다. 우리가 숨 쉬는 모든 공기에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무수히 떠다닌다. 그 중에서도 사워도우 발효의 주역은 두 종류의 야생 효모인 사카로미세스 엑시구스와 칸디다 후미리, 그리고 락토바실루스 속의 여러 젖산균이다. 이 미생물들은 곡물 가루와 물이라는 단순한 환경만 만들어주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작은 생태계를 이룬다. 마치 부엌 한구석에 작은 정원이 생기는 것과 같다. 1900년대 초까지 인류는 이 미생물들의 정체를 알지 못하면서도 수천 년 동안 그들과 함께 빵을 구워왔다. 모든 발효의 기술은 인간이 아닌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이 가르쳐 준 것이다.

4. 스타터를 만드는 5일에서 7일
오늘날 사워도우 빵을 굽는 사람들은 스타터라 부르는 발효종을 따로 키운다. 만드는 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통밀가루 50그램과 물 50그램을 작은 유리병에 넣고 잘 섞은 뒤, 뚜껑을 살짝 덮어 실온에 둔다. 24시간이 지나면 그 절반을 덜어내고 다시 같은 양의 가루와 물을 더해준다. 이 과정을 5일에서 7일 동안 반복하면 거품이 보글보글 일어나고 시큼한 향이 나는 살아 있는 발효종이 완성된다. 한 번 만들어진 스타터는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면 수십 년, 심지어 100년 넘게 살아 있을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빵집은 1849년 골드러시 시절부터 같은 스타터를 계속 키우고 있다고 전해지고, 프랑스 어느 지방의 빵집에는 200년이 넘은 스타터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5. 효모가 만드는 이산화탄소 가스
사워도우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비밀은 효모가 토해내는 가스에 있다. 야생 효모는 밀가루 속의 당분, 정확히는 밀가루의 녹말이 효소에 의해 분해된 포도당과 과당을 먹어 치운다. 그 결과로 두 가지 부산물이 만들어진다. 첫째는 이산화탄소 가스이고 둘째는 알코올이다. 이산화탄소 가스는 반죽 안에 갇혀 작은 기포를 만들고, 이 기포들이 반죽 전체를 부풀어 오르게 한다. 알코올의 대부분은 굽는 과정에서 휘발되지만 일부는 빵의 풍미를 깊고 복합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효모 하나의 크기는 약 10마이크로미터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1그램의 반죽 안에는 수억 마리의 효모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작은 부엌 한쪽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생화학 공장의 풍경이다.

6. 락토바실루스가 만드는 시큼함
효모가 빵을 부풀게 한다면, 락토바실루스 젖산균은 빵에 시큼한 맛을 선물한다. 이 박테리아는 밀가루의 당분을 먹어 치우면서 두 가지 산을 만들어낸다. 하나는 젖산이고 다른 하나는 아세트산, 우리가 식초에서 만나는 바로 그 산이다. 이 두 산이 사워도우 특유의 깊고 복합적인 시큼함을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점은 발효 온도에 따라 두 산의 비율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발효 온도가 25도 이상으로 따뜻하면 젖산이 더 많이 생성되어 부드럽고 둥근 시큼함이 나오고, 15도 이하의 서늘한 환경에서는 아세트산 비율이 높아져 더 날카롭고 강한 시큼함이 나온다. 같은 스타터로도 발효 온도만 바꾸면 완전히 다른 풍미의 빵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워도우는 같은 재료라도 만드는 사람의 부엌 환경에 따라 다른 빵이 되는 살아 있는 음식이다.

7. 글루텐이 가스를 가두는 그물망
효모가 아무리 많은 가스를 만들어도 그것이 반죽 안에 갇히지 않으면 빵은 부풀지 못한다. 그 가스를 가두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글루텐이다. 밀가루에는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라는 두 가지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 물과 만나 충분히 치대지면 이 두 단백질이 서로 결합해 탄력 있는 그물망 구조를 만든다. 이 그물망이 바로 글루텐이다. 효모가 만들어낸 가스 거품은 이 그물망 안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반죽 전체를 부풀게 한다. 사워도우는 일반 효모 빵보다 발효 시간이 훨씬 길어서, 글루텐 그물망이 더 천천히 그리고 더 단단하게 형성된다. 그 결과 속살이 쫄깃하면서도 큰 기포가 골고루 퍼진 사워도우 특유의 식감이 만들어진다. 빵을 자를 때 속이 거대한 구멍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은 잘 만들어진 사워도우의 가장 확실한 표시다.

8. 시큼함이 만드는 보존성의 비밀
사워도우가 일반 빵보다 훨씬 오래 보존되는 이유는 락토바실루스가 만들어낸 산 때문이다. 산은 빵의 산도를 낮추는데, 사워도우의 산도는 보통 pH 4 이하다. 이 정도의 산성 환경에서는 빵을 상하게 하는 곰팡이와 부패균이 거의 자라지 못한다. 같은 환경에서 일반 효모 빵은 사흘이면 곰팡이가 슬지만, 사워도우는 일주일이 지나도 멀쩡한 경우가 많다. 냉장고가 없던 고대 이집트에서 발효빵이 그토록 사랑받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큼함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음식을 오래 보존하기 위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지혜였다. 김치와 요거트, 와인이 오래 보존되는 원리도 본질적으로 같다. 우리가 즐기는 모든 시큼한 음식 뒤에는 보존이라는 절박한 필요가 숨어 있다.

9. 같은 효모도 지역마다 다른 풍미
고대 이집트의 부엌에서 시작된 사워도우는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중세 수도원의 빵집에서, 19세기 미국 골드러시 광부들의 캠프에서, 그리고 오늘날 전 세계의 동네 빵집에서 같은 발효의 화학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같은 효모 종이라도 지역마다 다른 풍미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샌프란시스코 사워도우 특유의 깊은 시큼함은 그 지역 공기에 떠다니는 특정 락토바실루스 종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미국 연구팀이 샌프란시스코 사워도우에서 새로운 락토바실루스 종을 발견하고 락토바실루스 산프란시스켄시스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다. 한 도시의 공기가 빵 한 덩어리의 맛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빵이 단지 음식이 아니라 그 땅과 시간의 살아 있는 기록임을 보여준다.

10. 집에서 사워도우를 굽기 위한 작은 안내
원리를 이해하면 집에서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 첫째, 스타터는 반드시 통밀가루로 시작하자. 통밀가루의 겨 부분에 더 많은 야생 효모와 젖산균이 붙어 있어 발효가 잘 일어난다. 둘째, 수돗물은 그대로 사용하지 말고 한 번 끓였다 식힌 물이나 정수된 물을 쓰자. 수돗물의 염소가 미생물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스타터의 발효가 잘 일어났는지 확인하려면 작은 한 숟갈을 물에 떨어뜨려보자. 물 위에 둥둥 떠오르면 발효가 충분히 일어난 상태다. 가라앉으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첫 빵이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같은 부엌에서 같은 스타터를 키워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매번 다른 빵이 나오는 것이 사워도우의 본질이다. 한 덩어리의 빵은 그날의 부엌과 공기와 손길이 함께 만든 결과다.

11. 3000년의 시간이 가르쳐 준 것
사워도우는 인류가 미생물학을 알기 3000년 전부터 미생물과 함께 살아온 증거다. 우리 조상들은 효모와 박테리아의 정체를 몰랐지만, 그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손과 혀로 익혀왔다. 더 따뜻한 곳에 두면 빨리 부풀고, 더 오래 두면 더 시큼해지고, 어떤 가루로는 더 깊은 향이 나온다는 사실을 세대에서 세대로 전했다. 오늘날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을 현미경과 화학식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빵은 여전히 우리가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다만 효모와 박테리아가 일할 환경을 만들어줄 뿐이다. 한 덩어리의 사워도우는 그래서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과 인간이 함께 쓰는 가장 오래된 합작품이다. 다음번 시큼한 빵 한 조각을 입에 넣을 때, 그 안에서 3000년 동안 멈추지 않고 일해온 미생물들의 작은 정원을 한 번 떠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