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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은 왜 바삭할까? 180도 기름과 수분 증발의 과학

튀김은 왜 바삭할까? 180도 기름과 수분 증발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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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함과 눅눅함을 가르는 단 몇 도

같은 반죽, 같은 재료로 튀겨도 어떤 튀김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바삭하고, 어떤 튀김은 기름에 절어 축 늘어진다. 많은 사람이 이 차이를 솜씨 탓으로 돌리지만, 진짜 비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물방울들의 격렬한 움직임에 있다. 튀김의 바삭함은 사실 솜씨가 아니라, 단 몇 도의 기름 온도가 만들어 내는 과학의 결과다. 그 정체를 하나씩 풀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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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의 본질은 수분 증발이다

우리는 튀김을 그저 기름에 익히는 요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본질은 격렬한 수분 증발이다. 모든 음식의 표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물기가 가득 배어 있다. 이 음식을 뜨거운 기름에 넣으면, 표면의 물이 순식간에 끓어올라 수증기로 변한다. 물이 끓는점인 100도를 넘는 순간, 액체였던 물이 폭발하듯 기체로 바뀌며 부피가 1000배 넘게 부풀어 오른다. 우리가 튀김을 넣을 때 보는 그 요란한 거품은 기름이 끓는 것이 아니라, 음식 속 물이 수증기로 빠져나오는 장면이다.

빈 구멍이 만드는 바삭한 껍질

물이 수증기가 되어 빠져나간 자리에는 무수히 많은 작은 구멍이 남는다. 음식의 표면은 이 빈 구멍들로 가득 찬 단단하고 가벼운 그물 구조로 변한다. 180도의 기름 속에서 이 과정은 단 몇 분 만에 완성된다. 물이 빠진 만큼 가벼워지고, 빈 구멍이 많은 만큼 베어 물 때 바스러진다. 바삭함이란 결국 잘 비워진 표면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좋은 튀김이 깃털처럼 가벼운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이 구멍 구조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표면이 매끈하게 굳어 버려 특유의 바삭한 식감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한 입 베어 물 때 느끼는 경쾌한 소리는, 바로 이 수많은 빈 구멍들이 한꺼번에 부서지며 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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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도와 180도, 온도가 핵심이다

이 모든 과정은 온도가 좌우한다. 물은 100도에서 끓어 수증기가 되지만, 기름은 그보다 훨씬 높은 180도까지 거뜬히 달궈진다. 바로 이 온도 차이가 핵심이다. 기름이 충분히 뜨거워야 음식 표면의 물이 단숨에, 그리고 격렬하게 증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름 온도가 적정 구간인 170도에서 180도일 때, 수분은 가장 빠르게 빠져나가고 기름은 거의 스며들지 않는다. 단 몇 도의 차이가 바삭함과 눅눅함을 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노련한 요리사들은 기름에 반죽 한 방울을 떨어뜨려 보고, 그것이 얼마나 빠르게 떠오르며 거품을 내는지로 온도를 가늠한다. 온도계가 없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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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지근한 기름은 눅눅해질까

차이는 증발의 세기에 있다. 기름이 충분히 뜨거우면 표면의 물이 거센 수증기가 되어 뿜어져 나오고, 이 수증기의 압력이 기름이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아 준다. 그래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는다. 반대로 기름 온도가 낮으면 증발이 약해 수증기 장벽이 생기지 않는다. 그 틈으로 기름이 음식 속까지 줄줄 스며들어, 결국 기름에 절은 축축한 튀김이 되고 만다. 같은 재료라도 온도 하나가 정반대의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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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하게 튀기는 세 가지 원칙

집에서도 바삭한 튀김을 만드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는 충분히 높은 온도다. 기름을 170도에서 180도까지 제대로 달군 뒤 재료를 넣어야, 수분이 단숨에 증발하며 바삭한 껍질이 만들어진다. 두 번째는 한 번에 조금씩 튀기는 것이다. 재료를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차가운 재료가 기름 온도를 뚝 떨어뜨려, 증발이 약해지고 기름만 잔뜩 흡수된다. 세 번째는 두 번 튀기기다. 처음에는 낮은 온도로 속을 익히고, 두 번째에는 높은 온도로 짧게 튀겨 표면을 바삭하게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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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튀김의 과학

이중 튀김이란 같은 재료를 두 번에 나누어 튀기는 방법이다. 첫 번째는 비교적 낮은 온도로 속까지 천천히 익히는 단계이고, 두 번째는 높은 온도로 아주 짧게 튀겨 표면의 남은 수분을 날리고 껍질을 단단하게 굳히는 단계다. 이 방법을 쓰면 속은 촉촉하게 익으면서 겉은 오래도록 바삭함을 유지한다. 치킨이 두 번 튀길 때 유독 바삭해지는 것도 바로 이 원리 덕분이다. 배달 음식이 도착할 때까지 바삭함이 유지되는 비결 역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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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튀기면 더 바삭한 이유

한 번만 튀기면 겉은 익었어도 속에 아직 많은 수분이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속의 수분이 천천히 표면으로 올라와, 애써 만든 바삭한 껍질을 다시 눅눅하게 적신다. 갓 튀겼을 때는 바삭하던 튀김이 금세 축 늘어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두 번 튀기기는 이 문제를 영리하게 해결한다. 첫 번째 튀김에서 속을 충분히 익혀 수분을 미리 빼내고, 잠시 식히는 동안 남은 수분이 표면 가까이로 모인다. 그런 다음 두 번째로 짧게 고온에서 튀기면, 표면에 모인 수분까지 마저 날아가며 껍질이 완전히 굳는다. 그래서 두 번 튀긴 튀김은 식어도 오래도록 바삭함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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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로 퍼진 튀김의 역사

바삭한 튀김은 오랜 세월에 걸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16세기 무렵 포르투갈 상인과 선교사들이 일본에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을 전했고, 이것이 오늘날의 템푸라로 발전했다. 비슷한 시기 유럽에서도 생선을 기름에 튀겨 먹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19세기 영국에서는 튀긴 생선과 감자를 함께 파는 가게가 크게 유행했다. 한국의 바삭한 분식 튀김, 미국의 두껍게 튀긴 닭, 인도의 향신료 튀김까지 형태는 달라도 그 안에 담긴 과학은 모두 같다. 뜨거운 기름으로 수분을 날려 바삭함을 만든다는 원리만은 어디서나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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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이 적게 든 튀김이 좋은 튀김이다

흔히 튀김은 기름을 많이 머금어야 맛있다고 오해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잘 튀긴 튀김일수록 기름을 적게 흡수하고 그만큼 가볍다. 기름이 적게 스며들었다는 것은 수증기 장벽이 제대로 작동해 바삭한 껍질이 잘 만들어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튀긴 직후 기름을 충분히 털어 내고 망에 올려 두면, 남은 기름이 빠지면서 더욱 바삭하고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키친타월 위에 겹쳐 쌓아 두면 아래쪽 튀김이 수증기에 눅눅해지니, 한 겹으로 펼쳐 식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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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름이 튀김에 좋을까

튀김의 바삭함은 온도가 좌우하기 때문에, 높은 온도를 견디는 기름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기름마다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발연점이 다른데, 이 점이 낮은 기름은 180도까지 올리기도 전에 타면서 쓴맛과 불쾌한 냄새를 낸다. 반대로 발연점이 높은 기름은 충분히 뜨겁게 달궈도 안정적이라 바삭한 튀김을 만들기에 알맞다. 또한 한 번 높은 온도로 가열한 기름은 조금씩 성질이 변하므로, 너무 여러 번 재사용한 기름으로는 깨끗한 바삭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좋은 튀김은 신선하고 충분히 뜨거운 기름에서 시작된다.

intro

튀김옷은 단순히 모양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바삭함을 만드는 핵심 장치다. 밀가루와 물로 만든 반죽은 뜨거운 기름 속에서 자신이 머금은 물을 수증기로 내보내며 단단한 그물 구조를 만든다. 동시에 이 옷은 안쪽 재료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적당히 늦춰, 속은 촉촉하게 지켜 주는 방패 역할도 한다. 차가운 물이나 탄산수로 반죽을 묽게 만들면 글루텐이 덜 생겨 더 가볍고 바삭한 튀김옷이 된다. 같은 재료라도 튀김옷을 어떻게 입히느냐에 따라 식감이 크게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치며

작은 튀김 하나에도 이렇게 깊은 과학이 담겨 있었다. 바삭함의 정체는 뜨거운 기름이 음식 속 수분을 격렬하게 날려 보내며 남긴 무수한 빈 구멍이었다. 충분히 높은 온도와 조금씩 튀기기, 그리고 두 번 튀기기라는 세 원칙만 기억하면 누구나 바삭한 튀김을 만들 수 있다. 이 원리를 알고 나면 튀김은 더 이상 운에 맡기는 요리가 아니라, 온도와 시간을 다루는 과학이 된다. 다음에 노릇하게 튀겨진 튀김을 한 입 베어 물 때면, 그 경쾌한 소리 속에 숨은 수분 증발의 과학을 한 번쯤 떠올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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