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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호주머니 초콜릿이 녹은 그날, 전자레인지가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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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주머니 속 끈적한 흔적 한 조각

1945년 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군수공장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 80년 가까이 전 세계 주방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다. 한 기술자가 작업복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깜짝 놀랐다. 아침에 챙겨두었던 작은 땅콩 캔디 초콜릿이 형체도 없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날씨는 따뜻하지도 않았고, 그가 햇볕 아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무엇이 이 초콜릿을 녹였을까. 보통 사람이라면 한숨을 쉬고 손을 닦았을 작은 일이 그 한 사람의 호기심 덕분에 한 시대의 발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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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수성가한 기술자 퍼시 스펜서

초콜릿이 녹은 호주머니의 주인공은 퍼시 르바론 스펜서라는 이름의 기술자였다. 1894년 메인주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고 삼촌의 손에서 자랐다. 정규 고등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채로 12살에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손과 머리로 모든 것을 익혔다. 해군에서 무선통신 기술을 독학으로 익혔고, 제대 후에는 미국 최대의 전자장비 회사 레이시온에 입사해 마그네트론 부서의 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다. 1945년 당시 그의 손을 거친 마그네트론은 한 달에 수천 개씩 미군 군함과 폭격기로 실려 가고 있었다.

3. 마그네트론이라는 진공관

마그네트론은 한마디로 말해 마이크로파를 만들어내는 진공관이다. 영국 버밍엄 대학의 두 물리학자가 1940년 발명한 이 장치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 레이더의 핵심 부품이 되었다. 이 진공관에 고전압을 걸어주면 내부의 전자가 자기장 안에서 회전하면서 초당 약 24억 5천만 번 진동하는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이 진동수의 파장은 약 12센티미터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빛이다. 1945년 당시 마그네트론은 군사 기밀이었고, 그 작동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몇백 명에 불과했다. 스펜서는 그 몇백 명 중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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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옥수수와 달걀로 한 첫 실험

초콜릿이 녹은 다음 날, 스펜서는 동료에게 한 봉지의 옥수수 알갱이를 사 오라고 부탁했다. 그는 옥수수를 종이봉투에 담아 마그네트론 진공관 앞에 놓아두었다. 몇 분 후, 펑펑 소리와 함께 사무실 전체에 팝콘이 튀어 올랐다. 인류 최초의 마이크로파 팝콘이었다. 다음 실험은 더 대담했다. 작은 깡통에 생달걀을 넣고 옆쪽에 작은 구멍을 뚫어 마그네트론 앞에 두었다. 결과는 예상치 못한 폭발이었다. 안에서 끓어오른 수증기가 갈 곳을 잃자 달걀이 옆에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들여다보던 동료의 얼굴 위로 터져버린 것이다. 농담 같은 그 실험이 인류 최초로 마이크로파로 익힌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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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왜 음식만 데워지고 그릇은 차가운가

전자레인지의 가장 신비로운 점은 음식만 뜨겁고 그릇은 차갑다는 사실이다. 그 비밀은 물 분자의 구조에 있다. 물 분자는 한쪽이 양극, 반대쪽이 음극인 작은 자석 같은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분자를 극성 분자라고 부른다. 마이크로파의 전자기장은 1초에 약 24억 5천만 번 방향을 바꾸면서 물 분자를 그 속도로 빙글빙글 돌게 만든다. 분자끼리 서로 비비대면서 마찰열이 발생하고, 그 열이 음식 전체로 퍼져 나간다. 물이 거의 없는 도자기 접시나 유리 그릇은 마이크로파에 거의 반응하지 않아 차가운 상태를 유지한다. 음식 안쪽까지 동시에 데울 수 있는 것도 마이크로파가 음식 표면에서 약 4센티미터 깊이까지 직접 침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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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947년 첫 상업용 모델 레이더레인지

1945년 10월, 레이시온은 스펜서의 발명을 마이크로파 조리 장치라는 이름으로 특허 출원했다. 회사는 곧바로 상품 개발에 들어갔고, 1947년 첫 번째 상업용 모델 레이더레인지를 출시했다. 그러나 이 제품은 결코 가정용이 아니었다. 키가 무려 1.8미터에 무게가 약 340킬로그램이었고, 한 대 가격이 5천 달러였다. 당시 미국 평균 연봉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게다가 작동시키려면 별도의 냉각수 배관까지 연결해야 했다. 첫 고객은 대형 식당과 군 기지, 그리고 대륙 횡단 열차의 식당칸이었다. 가정의 식탁 위에 올라오기까지는 다시 20년이 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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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정으로 들어오기까지 30년

전자레인지가 가정에 처음 보급된 것은 1967년 미국의 아만나 사가 출시한 라다레인지라는 모델이었다. 가격은 약 495달러로 떨어졌고, 크기는 식탁 위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작아졌다. 그러나 처음에는 시장 반응이 차가웠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광선으로 음식을 데운다는 발상 자체를 두려워했다. 일부 사람들은 전자레인지가 음식에 방사능을 남긴다고 믿었고, 가족이 그 앞에 서 있는 것을 막았다. 1971년 미국 식품의약국이 정식 안전 기준을 제정한 이후에야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미국 가정의 절반 이상이 전자레인지를 갖게 되었고, 1990년대 말에는 사실상 모든 가정의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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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스펜서가 받은 보상은 단 2달러

이 모든 혁명의 시작이 된 퍼시 스펜서는 어떤 보상을 받았을까. 당시 레이시온의 사규에 따라 회사 직원이 발명한 특허는 회사의 자산이 되었고, 발명자에게는 형식적인 보상금만 지급되었다. 스펜서가 마이크로파 조리에 관한 특허를 회사에 양도하고 받은 금액은 단 2달러였다. 그는 평생 그 사실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회사에 끝까지 남아 일했고, 시니어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자신을 소개할 때는 언제나 “평범한 기술자”라고 말했다. 그는 1970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발명한 가전제품은 그가 죽고도 50년이 더 지난 지금, 매년 전 세계에서 약 8천만 대가 팔리고 있다. 그의 이름은 발명가의 전당에 헌액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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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자레인지를 더 잘 쓰는 작은 팁

원리를 알면 사용법도 달라진다. 첫째, 음식의 가장자리만 뜨거워지는 이유는 마이크로파의 침투 깊이가 약 4센티미터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꺼운 음식은 중간에 한 번 저어주거나 그릇을 회전시키면 훨씬 고르게 데워진다. 둘째, 금속 그릇은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마이크로파가 금속에 반사되면서 강한 전류와 불꽃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달걀이나 밤처럼 단단한 껍질에 둘러싸인 식재료는 미리 칼집을 내거나 껍질을 깐 뒤 데워야 한다. 안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갈 곳을 잃으면 1945년 스펜서의 사무실에서처럼 폭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유나 물처럼 균일한 액체를 너무 오래 데우면 끓는점에 도달하고도 끓지 않는 과열 상태가 되어 그릇을 꺼낼 때 갑자기 분출할 수 있다. 항상 중간에 한 번 멈추는 습관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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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릇별 사용 가능 여부

전자레인지에 안전한 그릇과 위험한 그릇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도자기 접시와 유리 그릇은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마이크로파가 거의 통과해 음식만 데우고 그릇은 차가운 상태를 유지한다. 단, 도자기 가장자리에 금색이나 은색 무늬가 박힌 제품은 그 금속 부분에서 불꽃이 튈 수 있다. 일반 종이 접시와 종이 타올도 짧은 시간이라면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신문지처럼 잉크가 인쇄된 종이는 잉크의 화학 성분이 음식으로 옮겨갈 수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용기는 반드시 전자레인지용으로 표시된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 일반 플라스틱은 환경호르몬을 방출하거나 변형될 수 있다. 알루미늄 호일과 모든 금속 용기는 절대 사용 금지다. 마이크로파의 전자기장이 금속 표면에서 자유전자를 진동시키면서 강한 스파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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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작은 우연이 만든 큰 발명

과학사를 들여다보면 큰 발견은 종종 거대한 실험이 아니라 작은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1928년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은 휴가에서 돌아와 실험실에 두고 간 곰팡이 핀 페트리 접시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페니실린을 찾아냈다. 1895년 독일의 빌헬름 뢴트겐은 실험 중 우연히 형광판이 빛나는 것을 보고 X선의 존재를 알아챘다. 1945년의 퍼시 스펜서도 마찬가지였다. 차이는 단 하나다. 누군가는 우연을 보고 그저 지나쳤고, 또 누군가는 멈춰 서서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오늘 저녁 데운 우유 한 잔, 데운 밥 한 그릇 뒤에는 80년 전 한 사람의 짧은 멈춤이 있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12. 마치며: 멈춰 서서 들여다본 사람의 힘

전자레인지는 발명의 역사에서 우연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군용 레이더의 핵심 부품이 인류의 식탁 위로 올라온 과정은 한 사람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었고, 그 호기심이 8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거의 모든 가정의 매일을 바꾸어 놓았다. 다음번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울 때, 안에서 회전하는 그 따뜻한 그릇 속에서 1초에 24억 5천만 번 빙글빙글 돌고 있는 물 분자들을 한 번쯤 떠올려 보자. 그리고 1945년 봄, 호주머니 속 작은 초콜릿 한 조각의 끈적임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한 기술자의 호기심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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